드디어 유월절이 왔다. 어쩌면 한해에 가장 기다리는 시간 중 하나이다. 이스라엘에는 다양한 절기가 있지만 우리가 읽는 성경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과 연관되어지면서 하나님 나라의 회복에 무엇보다 큰 메세지를 전하는 것은 세 절기 속에 있다고 본다. 성경에서 여호와의 절기라고 불리우는 ‘유월절(페싸흐)’, ‘오순절(샤부옷)’ 그리고 초막절 혹은 장막절(수콧}’. 이 절기 들 중에서 유월절을 기다리는 이유는 드라마틱하고 재밌는 이야기도 있지만 무엇보다 유월절 만찬이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각 절기마다 만찬을 즐기는 것이 풍습이다. 크게 식탁을 차려 다 같이 먹는 풍습은 너무나 풍요롭고 넉넉함을 보여 준다. 이스라엘은 절기 때만큼은 누구라도 풍성한 식탁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사회 속에 녹아있다. 그래서 아무리 어려운 사람들이라도 이 절기 때만큼은 어느때보다 풍성한 식탁을 차릴 수 있다.

유월절 식탁의 풍성함은 사실 초막절보다는 덜하다. 초막절은 추수가 끝나는 시기의 절기인만큼 그 어느때보다 풍성한 식탁을 차릴 수 있다. 하지만 유월절 식탁이 가지는 특별함은 다른 절기보다 더 하다. 그 식탁에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위한 도구들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식탁 위의 음식들이 가지는 의미들은 그 식탁에 차려지는 다른 음식들보다 더 맛깔스러우면서 눈을 반짝이게 만드는 흥분됨이 있다. 그만큼 유월절 식탁은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한 것이다.
유대인들이 지키는 유월절을 두고 유대인의 절기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이런 표현은 잘 못된 것이다. 유대인들이 지키기에 유대인의 절기라고 생각하겠지만 엄연히 말하면 유대인들만이 지키기에 그렇게 불릴 뿐이다. 성경은 이 절기들을 여호와의 절기라고 한다. 하나님이 직접 이스라엘 백성에게 지키라고 명하신 절기인 것이다.
너희와 함께 사는 외국인이 나 여호와의 유월절을 지키기 원하면 먼저 그의 집 안에 있는 모든 남자들이 할례를 받게 한 다음 본국인과 같이 유월절 의식에 참여하게 하라. 그러나 할례를 받지 않은 사람은 유월절 고기를 먹을 수 없다.
출애굽기 12:48 KLB
너희가 매년 정한 때에 공포하여 거룩한 모임을 갖고 지켜야 할 나 여호와의 명절은 이렇다:
레위기 23:4
하나님은 절기를 자신의 것이라고 표현하셨다. 그것을 유대인들은 지금까지 지켜온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식탁에서 그 절기의 의미를 잘 보존하고 지켜왔다. 그 대표적인 것이 유월절인 것이다.
유월절 식탁에는 아주 특별한 접시나 하나 놓인다. 보통 시작의 중앙에 자리잡은 그 접시에는 5가지 혹은 여섯가지의 음식이 놓여 있다. 각각의 음식은 이야기와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 식탁을 유월절 식탁, 히브리어로 페싸흐 세데르하고 한다. 이 세데르 접시에는 양의 넓적다리뼈, 고수나 파스리 또는 양파파와 허브같은 쓴나물, 하로셋이라고 하는 붉은 색깔의 샐러드, 쓴무로 만는 비트갈은 즙, 소금물, 마지막으로 달걀이 올라간다.

양의 넓적다리는 유월절 어린양을 상징한다. 유대인의 가정에서는 이날 양의 넓적다리를 가지고 구이를 하고 뼈를 발라내어 식탁에 놓는다. 이는 유월절에 잡힌 어린양의 피가 우리를 죽음에서 건져낸 이야기를 나타낸다. 접시에 놓인 쓴나물, 허브, 쓴즙은 모두 애굽에서의 노예생활과 함께 죄악된 우리의 모습을 나타낸다고 한다. 그리고 쓴나물을 소금물에 찍어먹으면서 조상들이 흘린 눈물과 고난을 기억한다. 하로셋이라고 불리우는 벽돌색깔 혹은 황토빛의 샐러드는 그들이 만들어야 했던 벽돌을 떠올리면서 힘들 삶을 표현한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달걀이다. 왜 달걀이 이 접시에 놓인 걸까? 설마 기독교의 부활절처럼 삶을 달걀로 생명을 표현한 것일까? 하지만 이것은 사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성전에 바치던 제물 중 하나였다. 그러나 성전이 파괴된 이후 제물을 바치지 못하는 슬픔을 이 식탁에 올려 놓음으로서 유월절 이야기에 성전이 파괴돈 설픔을 더한 것이다. 이처럼 식탁의 접시에 놓인 음식들은 고난과 고통 슬픔을 기억하게 하는 음식들이다. 그리고 이 외에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무교병, 맛짜이다.

밀가루와 물 그리고 소금으로 만들게 되는 이 맛짜는 그냥 밀가루 과자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무맛도 안나는 이 빵은 가장 짧은 시간 안에 빠르게 구워낼 수 있다. 누룩, 이스트가 들어가지 않았기에 부풀리는 시간이 필요없이 바로 구워내는 납짝한 과자 빵이다. 이 빵을 유대인들은 총 세장을 준비한다. 그리고 세번쩨 장은 반으로 쪼개고 반을 집안 어딘가에 숨겨둔다. 그 숨겨진 빵을 찾아내는 것이 유월절 아이들이 해야 하는 보물찾기 같은 게임이다. 그리고 찾은 아이는 큰 선물을 받게 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이 남아 있다. 유월절 식탁에는 총 세 잔의 포도주잔을 마시게 된다. 시작 중간 끝에 각각 마시게 되는데 이 식탁에는 네번째 잔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 잔은 마시지 않는다. 유대인들은 이 잔을 “엘리야의 잔”이라고 한다. 이 잔은 후에 엘리야가 와서 메시아의 오심을 전달할 때 마실 것이기 때문이다. 유대인들의 유월절은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에서 나온 날이기도 하지마 또한 메시아의 도래를 기다리는 소망의 절기이기도 한 것이다.

이처럼 유대인들이 지키는 유월절 식탁에는 풍성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저 웃고 마시는 식탁이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를 플어내는 자리이며 하나님의 언약과 성취 그리고 약속에 대한 기대를 나타내는 곳이다. 이런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예슈아(예수)의 메세지를 읽어낼 수 있다.
하나님의 어린양이신 예수는 그 뼈(양의 넓적다리뼈)가 꺾이지 않고 온전히 죽으심으로 우리를 죄악의 쓴뿌리(쓴나물)에서 건져내시고 눈물(소금물)로 지내야 했던 우리의 죄(쓴허브)의 굴레(하로셋, 노동)에서 벗어나 영원한 생명(달걀)으로 옮겨 주시고 영원한 약속(맛짜)을 허락하셨다. 우리는 그분의 다시 오심을 기대하면서 오늘도 유월절 식탁에서 소망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아 그리고 부러진 맛짜는 흠없이 죽으신 예슈아(예수)를 떠올리게 하며 감추인 그 몸이 발견되어 생명이 되셨음을 알게 하신다.
재밌지 않는가? 우리가 부활절 달걀을 돌리면서 부활에 대해서만 집중할 때 유대인들은 유월절 식탁에서 하나님의 영원한 약속 그리고 그 성취를 기리고 있다. 다만 그들은 아직 그 약속의 성취이신 예슈아(예수)를 그 식탁으로 초대하지 못했을 뿐이다. 여호와의 절기라고 하는 유월절은 부활절과 함께 지켜져야 더 큰 의미가 될 것이다. 우리는 부활절을 지키지만 예수의 부활이 어떤 큰 의미 속에서 나타난 것인지를 잘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다. 부활은 죽음을 이기신 하나님의 권능이면서 하나님의 약속의 성취인 것이다. 그렇기에 유월절이 없는 부활절은 어쩌면 반쪽의 이해만을 가지고 보게 될 수도 있다.
오늘 식탁의 풍성함을 떠올리면서 유월절만이 아닌 부활절의 풍성한 식탁이 우리 앞에 펼쳐졌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