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에 다시 온 지 벌써 석 달째에 접어든다. 처음 한달동안은 격리와 함께 집안청소로 보냈다면 그 다음 한달은 이스라엘에 적응하는 시간이었다. 4개월 밖에 떠나 있지 않았지만 미드라샤에는 2년이 넘은 시간을 떠나 있었다. 그 사이에 많은 것들이 변화하였다. 학생들 모임도 변화가 많았고 나가고 들어가는 인원들도 많았다. 그리고 케힐라(이스라엘 믿는 자들의 모임, 교회와 같은 공동체모임을 케힐라, Kehilah라고 한다.)에도 변화가 있었다. 자주 나오던 유대인 친구들은 히브리어 모임을 찾아서 나갔고 남은 분들이 학생들과 함께 예배 모임을 유지하면서 영어 모임을 계속해 오고 있었다.

우리는 이스라엘에 다시 오면서 이 곳 예배와 함께 학생들 모임을 섬기며 이 지역에 통로가 되어야 한다는 마음을 받았다. 이 곳에 사랑과 헌신으로 흘려 내보내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돌아보니 그동안 참 어렵게 이 모임이 운영되고 있었다는 것을 발견함과 동시에 이 곳에 하나님의 마음을 볼 수 있었다. 다행이도 학생들 모임은 자체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었고 물론 그 가운데 부족한 부분이나 쉽지 않은 부분들도 있었지만 다들 열심히 잘 해나가고 있었다.
그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감당하는 것이 좋을까 고민하면 묵상하던 중 큰 충격을 받았다. 그것은 나 자신에 대한 것이었다. 한국에서 사역당시 나는 무엇이든 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일들이 너무나 재미있고 즐거웠다. 그러나 하나님이 이곳으로 보내시면서 나에게 요구하셨던 것은 무엇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을때 나는 누구인가였다.
예전 사역하면서 마음이 무척이나 힘들었던 적이 있다. 내 자신이 무너져 내리고 삶이 무겁게 날 짖누르는 상황에서 그저 일로서 나를 정당화하고 다스리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 나는 사역적 일 외에는 모든 것이 내적으로 무너져 내린 상황이었다. 그 시간들은 예배도 그 어떤 것도 온전하지 못했다. 너무나 힘든 나머지 예배인도조차 힘들었지만 겉으로는 괜찮은 척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어느 날이었다.
예배를 올라가기 위해서 준비하고 기도하던 그 때 내 자신의 이중성과 온전하지 못함이 예배에 오르지 못할 정도였다. 너무나 힘든 나머지 그날 예배인도를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 순간을 기다리셨다. 아니 그 순간도 나는 하나님께 너무 교만했음을 드러내고 말았다. 내 자신이 힘들어서 예배를 그만두려고 했다. 하나님보다 그 때 내 자신의 상황이 더 중요했던 것이다. 내 자신은 겸손하다고 생각했던 고백은 사실 교만의 고백이었다. “하나님 너무 힘들어서 도저히 예배하지 못하겠습니다. 전 예배할 자격이 없어요” 하지만 그 고백마저도 나의 교만이었다. 그 순간 하나님은 살며시 제 등을 떠미시며 요구하셨다.
“난 너의 예배를 원한다”

나의 어떠함이 하나님의 예배를 멈추게 할 수는 없다. 우리는 언제나 하나님 앞에서 온전하지 못한 존재이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런 온전치 못함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예배를 기뻐 받아주신다. 그분이 우리를 예배에 합당한 존재로 만들어 주시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온전한 모습을 만들어서 하나님께 나아가야 한다고 착각한다. 예배에 합당한 모습을 갖추어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분 앞에 우리의 부족한 모습을 가지고 나오라고 한다. 내 자신의 죄를 들고 하나님께 나오라고 한다. 그때 하나님은 우리를 깨끗게 하시고 우리를 받아들여주신다.
나의 예배는 가장 부족함에서 시작하고 하나님의 온전함으로 채워지게 된다. 나의 행함이 아닌 주의 행하심으로 나의 온전함이 아닌 그분의 온전함으로 인해서 드려질 수 있는 것이다. 하나님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나에게 요구하신다. 나의 예배를 요구하신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는 누구인가 란 질문에 나는 예배자라고 답한다. 예배하는 자가 나의 본질이 되는 것이다.
이스라엘에서 다시 사역을 시작하면서 하나님은 또 다시 요구하셨다. 다시금 일로 돌아 가려던 나에게 하나님은 예배자로 설 것을 요구하셨다. 누군가가 본다면 가장 어리석은 자리로 가는 것일 수 있다. 설교를 하는 것도 아니고 교회를 개척하는 것도 아닌 그저 예배의 자리에서 기타를 치며 찬양하는 것이 누군가가 보기에는 별것 아닌 것을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일반적인 사람들의 사역에 있어서 나의 일들은 뭔가 보잘것없는 것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나에게 가장 중요하며 본질적인 우리가 해야 할 것이다.
모든 것보다 먼저 되어야 할 것이 예배의 자리이며 예배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의 가장 첫번째 사역은 이 곳에서 예배하는 것이다.
‘하나님은 영이시니 예배하는 자가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할찌니라 ‘
요한복음 4:24
